SOONSIM

순심

이나경 / ILLUSTRATOR

잘 그리진 못해도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시각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집에 있던 일러스트레이션북을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하루종일 구경하고, 신문 사이에 끼여오는 아파트 도면을 보면서 따라그리기도 하고요. 친구와 같이 좋아하는 만화책의 장면을 크게 그려서 놀기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며 사는 삶을 향해 살아온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가라고 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안정적인 인생을 살 수도 있지만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정형화된 길이 아니어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슬기롭게 창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 그림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좋아하는데, 막상 그리려고 하면 난 잘그리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시도하기를 주저하시는 것 같습니다. 형태를 조금만 틀려도 바로 포기해버리고, 나무는 나무색, 하늘은 하늘색으로 칠하려하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가능한 정교하게 그리지 않고 쉽고 편하게 그립니다. 그래서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제 그림을 보고나면 왜인지 그림 그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그림은 그런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그림 하나를 시작하고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은 짧지만 그리는 대상을 오래오래 관찰하는 편이고요. 초상화를 예로 들면, 한 점당 2~3시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완성합니다. 그리기 이전에 인물에 대한 책을 읽고 사진을 수십장 찾아보며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를 스스로 느끼려하는데, 관찰을 오래해서 그린 그림과 아닌 그림은 차이가 납니다. 우선 스스로 자신감있게 그린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기에, 잘 그리진 못해도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색감과 텍스쳐가 정말 매력적인데요, 색연필이나 오일파스텔 등 건식재료를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모든 그림의 시작은 드로잉이라 생각합니다. 아무 종이에 아무 연필로, 편안하게. 준비물이 많아지면 번거로우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A4용지에 색연필과 오일파스텔(크레파스)로 그림을 시작했어요. 편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특유의 재질감이 좋더라고요. 특히 오일파스텔의 경우 두텁게 칠하면 아크릴물감이나 유화같은 표현도 가능해서 재밌어요. 정교한 묘사보다는 과감한 터치와 느낌이 필요한 재료라 지루하지 않아요. 초보자가 시작하기에도 부담없는 재료예요. 색연필과 오일파스텔은 혼합해서 사용해도 이질감이 없어서 가장 좋아하고 애착을 느끼는 조합입니다. 무엇보다 색색이 선명한 재료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으면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져요!


두유프레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작품 활동을 하는 개인 작가이기때문에 굿즈 제작에 적극적이기 어렵습니다. 홍보를 위해 종종 오프라인 페어에 참여하면 엽서와 포스터 등을 제작하게되는데 재고 관리라던지 정산, 배송 등 신경 쓸 일이 많아집니다. 남들과 차별화 되는 상품을 만들기는 더 까다롭구요. 그런데 두유프레스에서 아티스트를 위한 환경을 적극 지원해주셔서 너무 좋고 감사했습니다.


레터프레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SNS 속 일상과 실제 일상 중 어떤 것이 더 진짜인지 갈수록 더 헷갈려지는 것 같습니다. 모니터 세상에서 더 오래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증가하며 전시회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아날로그의 매력이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레터프레스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인쇄 방식으로 작업 과정 자체에 손이 많이 갑니다. 작은 엽서 하나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작업물을 더 소중히 간직하게됩니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것 같은 낭만적인 상상도 곁들이게 되고요. 평면 작업임에도 입체감이 있어 실제로 손으로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도 다른 작업물과 달라서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ARTIST SHOP

상품이 없습니다.